갈 곳을 잃은 실들

뜨개실이 모였다. 

계획 없이 사 모은 실, 계획은 있었으나 실행하지 않은 실, 그렇게 모인 실들.

이제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다.

 

마지막 정리했을 때가 4월 초였는데, 

이때 기준 종류로는 256종, 개수로는 377개였다.

하루에 1개를 소모해도 1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양들이다.

게다가 이 때 이후 실을 안 산 것은 아니니 몇 타래 더 늘었다고 봐야겠다.

 

요즘 한창 옷을 뜨는 데 관심이 있어서 옷을 뜨는 데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실이 많은 실들은 언젠가 사용할 것 같지만 소품 만들려고 산 실들은 다 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당분간은 가능하면 실을 구입하지 않고, 새 실을 사기보다는 있는 실들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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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실: 피카소울 6ply

바늘: 모사용 4호

도안: <<秋冬のかぎ針あみ>> vol.12

 

작년 9월에 시작한 옷을 드디어 완성했다! 중간중간 손 놓고 있었던 시기들이 있어서 꼬박 그 시간이 들었다고는 할 수 없기는 하다. 옷 만드는 것을 시작한 것은 이것 첫 번째인데 중간에 다른 것들을 시작해서 완성작으로는 세 번째.

 

여튼 이때 즈음하여 옷을 뜨는 것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았었다. 하지만 대바늘은 겉뜨기 안뜨기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때라서 코바늘로 옷 뜨는 서적을 살펴 보았다. 마침  <<秋冬のかぎ針あみ 가을 겨울 코바늘 뜨기>>, 라는 책을 발견했다. 특히 표지의 옷이 예뻐서 구입. 

 

하지만 표지의 옷은 좀 복잡해 보였고 딱 적당한 난이도 수준에서 예쁘게 보이는 것이 이 옷이었다. 그래서 뜨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일본책이다 보니 실 때문에 골치를 썩게 되었다. 원작실을 본 적이 없어서 제시된 바늘 크기만으로 적당한 실을 선택해야 했다. 처음에 시도한 것이 팔레트 뜨개실이었는데 생각보다 크고 무거워서 24개 정도의 모티브를 이어 붙이다가 포기해야만 했다. 팔레트도 제시한 바늘 크기보다 조금 얇았던 실이었는데 결과가 그래서 더 얇은 실로 선택. 다행히 옷 자체는 적당한 두께에 하늘하늘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원작실보다 훨씬 얇은 것으로 추정되는 실이다 보니 크기가 작게 나왔다. 약간 헐렁하게 입어야 예쁜데 이건 몸에 딱 맞는 수준이 된 것. 길이도 조금 짧아졌다. 

 

늦봄이나 초봄에 흰색티와 함께 입을까 생각 중이다. 더 살찌기 전에 얼른 입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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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클리아 네추럴 Cléa Natural

바늘: 레이스용 코바늘 no.4

도안: <<레이스 손뜨개 모티브와 도일리 100>> p. 42

 

가전제품의 덮개가 필요해서 뜨게 된 것. 모티브를 연결하는 게 까다로운 작품이었는데, 그걸 4~5개 연결한 이후에 알게 되어서 제대로 연결이 안 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어쨌건 대충 흉내를 내기는 했는데 연결 부분으로 만드는 원이 어색하다. 게다가 완전한 원이 되지 않는 모서리 부분은 방법이 없다...... 망한 작품인 것ㅠㅠ

 

작품은 망했지만 그래도 얻은 것은 있다. 모티브를 이어 붙여 만드는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것. 이전에는 모티브를 이어 붙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었다. 한 번에 만드는 것보다 하나를 만들 때마다 실을 숨기고 해야 하는 작업이 늘어나서이다. 하지만 뭔가 실수를 했을 때 수정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간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건 뭔가 하나를 실수하더라도 수정 단위는 겨우 모티브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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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코지

 

실: 코튼퀸 no.172, 스플레 no.104, 106

바늘: 모사용 3호, 4호, 5호

도안: 우아한 코바늘 손뜨개

 

 언제부터 뜨기 시작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티코지를 완성했다!

 티코지 자체는 지난 12월경부터 떴지만, 이 티코지와 세트인 컵받침을 시작으로 한다면 오래 전이기 때문에 정말 오랜 기간인 듯 하다.

 

 사실 이 티코지와 컵받침 세트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외할머니께서 수예 장인이셔서 집안의 많은 부분이 자수 넣은 보나 뜨개 레이스로 덮여 있곤 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뜨개질은 항상 배우고 싶은 취미였다. 하지만 배울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재작년부터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취미 생활을 가질 만큼의 시간이 주어졌고,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한 눈에 반한 것이 "우아한 코바늘 손뜨개"라는 책의 표지였다. 그 표지에 있던 것이 바로 이 티코지와 컵받침이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내 뜨개질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컵받침 자체는 뜨기가 쉬워서 책을 구입하자마자 다 떴는데, 티코지는 바늘도 바꿔야 하고 뭔가 뱅글뱅글 돌아가면서 뜨는 것이라 재작년의 나로서는 도안을 이해하기조차 어려웠다. 다행히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런저런 것을 뜨면서 도안 읽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이 티코지도 어렵지 않게 뜰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단한 성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실력이 는 것 같아 기쁘다.

 

 원작실이 꽤 비싼 탓에 몸통 부분은 다른 실로 교체했다. 원작실보다 조금 굵은 실이어서 사진의 그 느낌 그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만족스럽다. 그런데 하나 조금 아쉬운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찻주전자에 너무 꽉 맞아서 씌우거나 벗길 때 조금 힘들다. 뜰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본인 가진 찻주전자의 크기를 맞춰 도안을 변경해서 떠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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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디즈니 크로스 스티치(좌), 자수로 즐기는 스누피와 친구들(우)

 

 이런 종류의 간행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잡지형 DIY 키트라고 이름 붙여 봤다. 주간, 격주간 등 일정한 기간을 두고 발매되는데, 내용은 특정 수공예에 대한 재료와 만드는 법 등이다. 예를 들어 들어, 처음 뜨는 레이스, 라는 시리즈는 레이스 모티브를 이어서 큰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매주 발매된다. 그리고 매주 하나의 모티브를 뜰 수 있는 도안과 뜨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 그리고 그 외 두 가지 정도의 코바늘 도안이 들어 있다. 거기에 모티브를 뜰 수 있는 실이 포함되어 있다.

 

 Hachette Collections Japan와 DeAGOSTINI에서 발매되는 시리즈들이 있고 한국에서는 yes24를 통해 구매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자수로 즐기는 스누피와 친구들은 yes24에서 판매했으나 현재는 판매 안 함) 주로 Hachette에서 발매되는 것을 구입했었는데 첫 레이스 뜨기(はじめてのレ-ス編み), 첫 디즈니 십자수(はじめてのディズニ-クロスステッチ), 코바늘로 뜨는 입체 꽃 모티브(かぎ針で編む立體花モチ-フ), 첫 사시코 자수(はじめての刺し子) 시리즈가 그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전 시리즈를 구입한 것은 아니고 첫 몇 호만 구입하거나 떠 보고 싶은 도안이 있는 것을 가끔 구입하곤 했다. DeAGOSTINI에서 발매하는 것은 최근 시리즈를 시작한 자수로 즐기는 스누피와 친구들 하나이다. 아래에 서술하는 특징은 내가 구입한 시리즈에 한정해서이다.

 

 여튼 이 시리즈를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이것이 DIY 키트의 개념이기는 한데 매 호 독립된 DIY 키트는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호에 빨간색 노란색 흰색 실이 필요한데 키트에는 노란색 실만 들어있다. 왜냐면 지난 호 혹은 그 이전 호에서 빨간색과 흰색 실을 주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하라는 것에만 실을 사용해야 하고, 실이 남는다고 해서 다른 곳에 쓰면 안 되며 잘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그래서 중간부터 시작하기는 애매한 점이 있어서 창간호부터 사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아니면 큰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는 부분부터 시작하거나 당분간은 어느 정도 다른 곳에서 필요한 것을 조달한다는 생각으로 - 그러니까 비슷한 굵기의 비슷한 색의 실을 별도로 구입한다든지 해서 - 시작해야 하는 것 같다. 그나마 '자수로 즐기는 스누피와 친구들'의 경우는 쉽게 구할 수 있는 DMC 자수실을 사용하고 있지만 '첫 디즈니 십자수'의 경우는 출판사에서 자체 제작한 자수실로 보이는 것을 사용해서 대체품을 구하려면 따져 봐야 하는 것이 많이 있다.

 

 사실 가성비 면에서 그렇게 좋은 물건은 아니다. 보통 한 권당 1만원에서 2만원 사이인데 결과물은 그 만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첫 디즈니 십자수 시리즈의 경우 2권에 하나의 작은 모티브를 완성하게 되는데, 두 권에 대한 가격은 2만 5천원 정도이다. 2만 5천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자수실을 생각해 보면 비싼 것은 확실하다. 아무래도 만드는 것 이외에도 다른 도안이나 만드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대한 가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다른

 

 또 격주 발행은 그래도 괜찮은데 매주 발행되는 시리즈는 가격이 큰 부담이다. 4주에 6만원 정도를 쓰게 되는데, 그 가격이면 훨씬 퀄리티 높은 다른 키트를 구입하거나 두 달 모아 꽤 좋은 실을 사서 스웨터를 뜰 수도 있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첫 사시코 자수(좌), 첫 레이스 뜨기(우)

 단점만 적었지만 장점도 있다. 사실 장점이라기보다는 나에게 매력적이었던 이유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장점이라기 보다는 주관적인 매력 포인트이다. 첫째는 꽤 자세한 과정을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요즘 같은 유튜브 시대에 장점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영상을 멈춰 놓고 보고 다시 돌려 보고 하는 것보다는 정지된 사진으로 보는 것이 나에게는 조금 더 친숙하고 마음에 든다. 그리고 메인 프로젝트나 기초 기법의 경우 영상도 함께 제공한다.

 

 둘째는 꽤 괜찮은 도안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뜨개질 DIY키트에 포함되는 도안 가격이 보통 2~3천원 선인데 그런 것을 생각하면 가격도 나쁘지는 않다. 그래서 가끔 뜨고 싶은 도안이 있으면 구매하곤 한다. 그리고 디즈니나 스누피처럼 캐릭터에 라이선스가 있는 도안을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럽다. 

 

 셋째는 정기적이라는 것이다. 꾸준히, 하지만 자주는 아니게 무엇인가를 사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매달 한 번씩 사 모으는 잡지들이 있다. 뭔가 규칙적으로 삶이 흘러간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이것도 정기적으로 부담 없이 - 물론 가격은 부담이 되지만 양의 문제이다 - 한다는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넷째는 입문하기에 괜찮은 것 같다. 창간호부터 초기에 발행되는 권호에는 그 수예를 하는 데에 필요한 도구들도 함께 준다. 바늘이나 바늘통, 수틀, 실 홀더 같은 것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창간호는 보통 반값 이하로 판매해서 시도해 보기 좋다. 그래서 흥미가 가는 분야의 창간호를 구입해 보고 마음에 들면  3~4호 정도까지 더 구입해서 해 본 다음, 계속 할 것 같으면 다른 DIY 키트를 사거나 해서 본격적으로 해 가는 것이 내 나름의 방법이다.

 

 

 

세 줄 요약

1. 매 권호 당 독립된 DIY 키트가 아니므로 구입할 때 주의를 요한다.(특히 중간호부터 구입한다면)

2. 가성비 면에서 좋지 않지만 나름의 매력은 있다.

3. 특정 분야의 맛보기 정도로 생각하고 창간호를 구입하는 건 좋다. (창간호는 보통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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