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지를 좋아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도시나 유적지를 보러 간다고 말한다. 여행을 하면서 자연 경관에 감탄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 경관을 보러 가는 것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이 복작대는 도시나, 아니면 그 문화권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유적지를 보는 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곳을 못 가 봤기 때문이 아니냐 라고 반문할 수 있고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에 감탄할 수 있는 친구와 여행을 다녔을 때, 그 친구가 발길을 떼지 못하고 사진을 찍던 곳에서 내가 느꼈던 것은 이게 다야? 라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여튼 그런 쪽으로는 무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경치에 무딘 나마저도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던 곳이 통영이었다. 미륵산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모습은, '아, 이런 것이 장관이라는 것이구나'를 느끼게 했다. 아마 생애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사실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해외 여행이었다. 그렇게 멀리까지 나가서 찾았는데 정말 아름다운 모습은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발견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같이 느껴졌다.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나에게 누군가 말해 노래해 주었다면 좋았겠지ㅎ

(실제로는 매우 멋진데, 나의 사진이 그 아름다움을 못 담아 내는 것 뿐.)
미륵산에 올라간 날은 늦은 가을이었다. 맑은 하늘은 쨍한 파란 빛이었고, 바다 색과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바다와 하늘을 덮은 쨍한 파란색 사이에 섬들이 흩어져 있었다. 선명하게 보이는 섬들 뒤로 점점 흐려지며 몇몇 개의 겹을 이루고 있었는데, 마치 저 멀리 아주 멀리까지도 그렇게 흩어져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정말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케이블카에서 내렸을 때, 케이블카를 내린 곳에서 바라본 풍경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굳이 산 정상까지 걸어올라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또 맞은 편에 있는 루지를 타러 갈 생각에 후딱 사진 찍고 내려 가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그러지 않아 다행이었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좀 더 멀리 보이면 보일수록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라는 것을 남기고 싶은데 사진이 너무 안타깝지만 그래도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케이블카
사실 산이나 이런 곳에 잘 가지 않기 때문에, 또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 볼 일이 거의 없다. 성인이 되어서 타 본 케이블카는 남산타워로 가는 케이블카가 유일. 남산도 케이블카를 타기 싫어서 무서워서 등산을 선택하는 편인데, 미륵산으로 가는 케이블카는 정말 공포였다. 미륵산이 놓은 산은 아니지만 정말 오래오래 타야 했다. 비교 대상이 남산 케이블카밖에 없지만, 여튼 남산 케이블카를 타는 시간의 대여섯 배는 길었다.
정원은 8명이 타는 것이었지만, 비수기였기 때문에 일행만 태워서 보내 주었다. 그래서 같이 간 친구와만 탈 수 있어서 좋았다. 무서워서 벌벌 떠는 모습을 친구만 볼 수 있었으니까. 대기 시간도 짧았는데 올라갈 때는 5분 정도 줄을 섰고, 내려올 때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내려올 수 있었다.
할인 정보
맞은 편에 루지를 타는 곳이 있는데, 루지를 타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혹은 케이블카를 타고 그 티켓으로 루지를 할인 받을 수 있다. 또는 관광안내소에서 배포하는 남쪽빛 감성여행 통합 쿠폰북에 1,000원 할인 쿠폰이 들어 있다.(내가 받은 쿠폰북은 2019년 5월 31일까지 유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