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가끔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나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곤 한다. 주민등록 시스템이 어떤 이유로 붕괴되거나 해킹되어 내가 내가 아니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될까 하는 망상?

 

이 다큐멘터리는 도로 옆에서 부상을 입은 채로 발견되었고 결국은 사망한 여성의 정체를 밝혀 나가는 이야기이다.

 

부상을 입은 그녀를 찾아온 남편이라는 사람은 그녀의 이름을 토니아라고 밝힌다.

토니아. 나이 많은 남편과 아들이 있으며 스트리퍼로 일하는 그녀.

그녀가 죽고 토니아의 친구들은 뭔가 수상쩍은 그녀의 남편이 아니라 그녀의 진짜 가족에게 그녀의 부고를 전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을 토대로 그녀의 어머니를 찾아내어 전화를 한다. 하지만 토니아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내 딸은 18개월 때 죽었어요."

 

그럼 토니아는 정말 누구일까. 

 

 이 일이 전국적으로 보도가 되고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이 TV 속 그녀를 알아보았다. 동창은 토니아가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고 항공우주공학과에 진학하기로 되어 있던 샤론이라고 했다. 전도유망하던 샤론은 어떻게 스트리퍼 토니아가 되었을까. 

 하지만 또 다시, 샤론은 진짜 샤론이 아니었다. 샤론의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뜨개질을 하면서 켜 두었다가 어느샌가 뜨개질 하던 것을 한쪽으로 밀치고 집중해서 봤던 다큐멘터리였다. 토니아도 아니고 샤론도 아닌 사진 속 그녀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밝혀 가는 이야기인데, 한 사람의 정말 아픈 인생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조금은 위안을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시청자의 입장일 뿐 안타까움은 가시지 않는다. 

 

끔찍한 범죄가 얽혀 있는 이야기로, 시청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예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물론 비난 받아 마땅한,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인간이 그 범죄를 안 저지르는 것이 최고겠지만,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주변인들이 막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갑갑하다.

 

다만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았던 그녀와, 그녀에 대한 추적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의 노고가 돋보이는 다큐멘터리였다. 

 

 

세 줄 요약

1. 사진 속 소녀의 신원을 찾는 이야기

2. 끔찍한 범죄가 연루되어 있어서 시청에 주의가 필요함

3. 피해자와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최근에 시즌2가 공개되었다.

 

전체적인 방향은 이전에 리뷰했던 리얼디텍티브(여기)와 유사하다.

실제 사건을 담당한 형사의 인터뷰로 사건을 되돌아 보는 것. 그리고 범인이 어떤 일을 했느냐 보다는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차이점은 리얼디텍티브는 중간중간 극화된 재연이 들어가는데, 이것은 참고 화면 정도의 재연은 있지만 극화된 부분은 없다. 대신 당시 미디어 보도나 심문 화면 등이 들어가서 좀 더 리얼한 느낌이다. 그리고 리얼디텍티브가 좀 더 개인적인 사정이나 감상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 시리즈는 거기에 비하면 사건에 한정하여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다른 차이점은 리얼 디텍티브는 언론의 주목도가 높지 않았던 사건들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이 시리즈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 시즌 1에서는 그린리버 킬러, 에일린 워노스, 스마일 킬러, 시즌2에서는 BTK 킬러, 피닉스연쇄 총기범, 토론토 빌리지 킬러의 체포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런 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사건들이 많다.

 

예를 들어,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몬스터>가 에일린 워노스의 이야기이고,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 헌터>에서 BTK 킬러가 등장한다. 또, BTK 킬러의 경우는 그 정체가 놀라웠기 때문에 이 사람을 모티브로 하여 소설이나 드라마의 연쇄살인범을 설정하기도 한다. 드라마 <덱스터>의 트리니티 킬러의 몇 가지 설정이 여기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그린리버킬러의 경우는 과학 수사의 발전과 끈질긴 추적의 성공 사례로 종종 소개되곤 한다.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들의 진술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검거의 과정이 중심이 된다. 그래서 이런 사건을 소개하는 일반적인 접근과는 조금 다르다. 피닉스연쇄 총기 살인 사건에서 아직 기소할 만큼 충분한 증거를 모으지 못했는데 윗선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갑자기 용의자를 구속하는 부분이 있다. 결국은 문제가 없었고 그들이 더 사고를 치기 전에 사회와 격리했다는 점에서 옳은 판단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화가 나는 일화이다. 보통의 흐름이었다면 어쨌건 문제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 일화가 소개될 이유가 없겠지만 아무래도 형사의 입장에서 진술하다 보니 들어가게 되는 이런 지점들이 있다. 뭔가 직장인으로서의 형사의 빡침이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술이 중심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데, 구성도 좋았고, 적절한 자료 화면, 배경음악이 어울리면서 웬만한 드라마나 영화만큼이나 집중해서 보게 했다. 특히 시즌2의 3, 4화의 경우가 그랬다. 시작부터 그랬는데, 단순 실종 사건이 급격한 반전을 맞이한다. 또, 하나의 사건을 두 화로 나누었는데, 3화의 마지막은 다음화를 안 보면 안 될 정도로 잘 끊어놓아서 진짜 드라마 같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캐나다에는 용의자가 부재 중일 때 용의자의 거주기에 들어가 용의자 몰래 조사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용의자의 집을 수사하는 장면은 정말 두근두근하며 보게 되었다.

 

세 줄 요약

1. 검거 과정이 중심이 된다.

2. 유명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3. 구성, 배경 음악 등을 잘 활용하여 몰입도를 높인다.(특히 시즌2 토론토 빌리지 킬러 편)

★★★★☆(4/5)

 

 

 

어떻게 한 인간이 그토록 집요한 악을, 그렇게 오랫동안 행할 수 있을까.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그 악의를 생각하면, 보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릴 정도였다.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아주 천천히 모든 것을 빼앗는다.

사기꾼이라고 했지만, 돈만이 아니었다.

가족, 친구, 사회적 관계, 자존감, 인간으로서의 존엄감, 미래에 대한 기대, 삶의 가능성, 빛나는 미래...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의 범행을 증언한다. 

그 중 단연 기억에 남는 것은 '세라'였다. 

 

남자친구가 암에 걸려 몇 개월 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여행.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락할 제안을 받아들인 댓가로 그녀의 인생은 엉망이 된다. 

유복한 가정의 20대 대학생이던 그녀는 이름도 빼앗긴 채 무임금 보모로 10년 후 발견된다.

물론 더 끔찍한 일들이 그 10년 사이에 있었다. 발견 직전 상황은 그나마 나은 것이었다.

 

그에게 최악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은 아마 그 지점인 것 같다.

돈을 빼앗는 것뿐만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한 인간이 망가지도록,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당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들의 여권으로 여행 가방 하나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게다가 더 끔찍한 것은 그 범행은 현재 진행 중이다.

 

 

세 줄 요약

1. '최악'의 사기꾼과 그의 수많은 피해자들

2. 한 인간이 충실히 수행한 악의에 대한 소름끼침

3. 현재에도 진행 중

 

★★★☆☆(3/5) 3화로 약간 길지만,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으로 사건의 시작과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상대. 너무나 완벽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돈을 요구하고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왜냐면 상황이 그랬고 무엇보다도 그를 사랑하고 믿었기 때문에.

 

 

*스포일러 주의

 

로맨스 스캠, 혹은 연애 사기이라는 용어가 있다. 금전 갈취를 목적으로 접근하여 연인 관계가가 되고, 이렇게 발전된 관계를 바탕으로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이 사기는 온라인에서만 이뤄지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어디 외국 군인이고 지금은 다른 나라 파병 중인데 너랑 한국에서 살고 싶다..처럼 먼 거리를 핑계로 직접 대면 없이 이루어지는 사례들. 하지만 이 경우, 시작은 온라인이지만 오프라인으로 확대된다. 실제의 만남도 가지고 실제의 연애도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로맨스 스캠 중 정말 국제적 규모로 사기를 벌였던 시몬 하유트의 사건을 조명한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번째 부분은 어떻게 그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졌는지, 두번째 부분은 어떻게 당했는지 세번째 부분은 모든 것이 사기인 것을 알고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연애 사기가 이해 안 되는 면이 있을 수 있지만,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들으면 그 사기꾼을 연인으로 혹은 친구로 받아들이는 모든 상황이 납득이 가게 된다. 그러다 돈을 뜯기는 상황에 오게 되면 정말 숨이 턱턱 막히게 된다. 단순히 엄청난 빚을 지는 것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연인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 지속적으로 희망고문을 하는 상황이 겹치게 된다. 그래서 단순히 돈이라기보다는 정말 엄청난 심리적 학대를 당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세 번째 부분은 피해자들의 반격을 담고 있다. 서로 공조도 하면서 사기꾼을 궁지로 몰아간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정의롭지는 못해서 사기꾼의 후일담은 어이가 없다. 그래도 피해자 중 한명인 세실리아가 마지막에 계속 사랑을 찾는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줄 요약

1. 국제적 규모로 연애 사기를 벌인 사건을 다룬다

2. 피해자들의 인터뷰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3.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지만 그래도 피해자들은 책임감 있고 멋진 사람들이었다

 

★★★☆☆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다큐 재연 시리즈.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다.)

 

처음에는 HBO의 시리즈인 트루 디텍티브가 넷플릭스에 들어온 줄 알고 클릭했는데, 트루가 아니고 리얼이었다. 여튼 제목처럼 '실제'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형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매화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실제 사건을 담당한 형사와 그 사건의 재연 화면이 번갈아 나오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범죄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중간 지점에 있지만,

아무래도 실제 사건과 실제 형사가 등장하며, 재연은 인터뷰의 보충이라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 점을 생각했을 때, 이 시리즈가 특이하게 느껴졌던 것은 사건 담당 형사의 개인사라든지 당시 감정 상태에 어느 정도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드라마의 인물처럼.

 

그래서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오면서도 그 사실성이 어떤 사건 기록을 보고 느끼는 객관성라기보다는 담당 형사의 일기장을 보고 느끼는 사실성 같다는 것이다. 그 지점이 조금 특이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이점은 사건의 선정의 기준이다. 보통의 범죄 다큐멘터리는 많은 주목을 받은 사건이라든지, 연쇄살인사건을 다루지만, 이 시리즈의 경우는 그런 사건의 주목성이나 특이성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담당 형사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가, 이다. 그래서 흔해 보이는 사건도 그 사건을 해결하면서 담당 형사가 겪었던 개인적 삶의 시련과 겹치면서 선정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래서 이 시리즈의 작품의 제목과 잘 어울리는 사건 선정 기준이기도 하다.

 

한 에피소드에 하나의 사건을 담고 있고, 담당 형사는 매번 바뀐다. 한 회 하나의 에피소드 구성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어떤 사건은 좀 길게 가져 갔으면 좋았을 것 같은 사건도 있었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술의 흐름에 따라 구성하지만은 않고 복잡한 플롯을 사용하는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아, 그리고 한 때 미드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꽤 낯익은 배우들이 종종 나와서 조금 놀랐다.

 

2022년 1월 기준 시즌 2만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세 줄 요약

1.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2. 한 회 한 에피소드 구성(매회 사건을 서술하는 담당형사는 변경된다)

3. 사건 담당 형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