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2021. 12. 3. ~ 2022. 1. 20.
뜨개실: Port Villa no.6176
바늘: 모사용 8호
도안: 유튜브 영상(https://youtu.be/cvUHu-LOCgk)
코바늘로 뜬 옷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뜨기 시작한 옷. 이 영상을 발견하기 전까지 코바늘 옷은 거의가 모티브를 이어 붙이거나 레이스 뜨기 같은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이 영상이 피드에 들어왔는데, 그러한 뜨기 방법과는 달라 보여서 뜨게 되었다.
기법도 그랬지만 디자인도 좋았다.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몸통의 입체적인 패턴과 허리 라인을 살리는 긴 밴드 부분이 좋았다. 또, 몸에 붙는 허리 부분과 넉넉한 팔 부분의 대비도 마음에 들었다.
몸통은 트리니티 스티치였다. 마지막 즈음에는 요령이 생겨서 거의 실수가 없었지만 초반에는, 약간 헷갈리는 것이 있어서 잘못 떴다가 풀어서 다시하고 다시하고를 반복해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그리고 허리 밴드 부분은, 도안대로 떳다가 허리 부분이 너무 좁아져서 옷을 입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다 완성하고 풀어버려야 했다. 그리고 코를 수정해서 다시 떴는데, 그래도 옷을 입을 수 없어서 다시 풀었다.. 허리 부분을 세 번이나 뜬 셈이다.
옷은 단점은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100g짜리 실 타래를 10볼 조금 더 사용했기 때문에, 옷만해도 약 1Kg이 되는 셈. 코바늘로 왜 이런 식의 옷을 잘 안 만드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대바늘보다 두껍고 무거운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물론 실을 좀 더 가벼운 것을 쓴다면 더 가벼워지겠지만, 이 디자인에 저 실은 진짜 찰떡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보온성은 뛰어나다. 보통의 스웨터에 뭔가 하나 더 걸친 느낌이다. 또, 코바늘만의 단단한 조직과 무늬가 이 디자인에 잘 어울린다.
그리고 나는 주로 코바늘만을 떠와서 확실히 대바늘로 옷을 만들 때마다 마음이 편했다. 대바늘은 실수에 대한 불안감과, 결국 실수했을 때의 절망감이 늘 함께했다. 그리고 코 모양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바늘 스웨터는 그냥 뜬다는 것에 의미를 뒀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물이 나왔다는 보람이 기뻤다.
그에 비해 코바늘 스웨터는 자신감에 차서 뜰 수 있었다. 실수하더라도 충분히 수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 도안대로 떴는데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알아서 수정할 수 있는 여유. 그래서 뜨는 것자체가 매우 즐거웠다.
한 가지, 조금 걱정되는 것이 있다. 허리 밴드부분이 작아서 몇 번이고 풀고 다시 떴는데, 여전히 작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에서 더 살이 찌거나 하면 이 옷은 입을 수 없다는 것.